나의 이야기

우리 엄마

하라하연 2012. 8. 7. 21:12

부산에서 요양 병원에 계신 엄마를 뵈러 갔다

3년째 계신다 . 봄에 다녀오고 이번에 가서 뵈었다

치매 증상이 좀 있었지만 내가 가서 뵐 때는 늘 아무런 징후를 보지 못하였었다.

 

3자매가 병원에 들어서니

우리 엄마 : 우째 알고 여기를 찾아왔노?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나는 오늘 여기 왔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 그런데 참 좋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밥도 주고 죽도 주고 약도 다 준단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누가 소개해 주었다는데 어째 이리 좋은데가 있을꼬?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나는 여기서 오래 살란다

 

나 ; 엄마 , 여기서 주는 밥이 맛있나?

 

우리엄마 : 오늘 와서 아직 밥을 못먹어 봐서 모른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그런데 여기 참 좋으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방값도 나보고 내지 마라고 한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내가 밥 할라고 했더니 하지마라고 하네

              조용히 있어면 뭐든 다 준단다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 그런데 막내는 안왔나?

          

나 : 예. 선혜는 내일 온답니다

 

엄마 : 여기 있는거 우째 알고 찾아오는고?

 

우리 엄마는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고 계신다.

그런데 이 모습이 꼭 천사같다

순한 양이 되어 얼굴도 이쁘다

 

나 : 엄마 , 하나님 한테 매일 기도 하나?

 

엄마 : 그래. 내 딸이 기도하라 해서 내가 매일 기도한다

        하나님 아버지요  내 병 낫게 해 주이소 ~~ 하고 기도한다

 

나 : 관세음보살은 안하지요?

 

엄마 : 관세음보살은 안한다. 잊어버렸다.

        하나님 아버지를 불러야지~~~

 

우리 엄마는 80평생을 절에 다니셨다.

작년에 병상에서 셰례를 받으셨다

그러나 교회도 한번 못 가본 분이라 마음에 하나님이 새겨질지 걱정이었다.

그런데 이 와중에서도 하나님 아버지를 잊지 않고 매일 부른다고 하시니

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.

 

나는 유독 우리 엄마를 좋아한다.

마음이 깊은 분이다.

어려운 세월을 살았지만 자식들이 다칠까 당신이 모든 걸 끌어 안고 사신 분이다

내가 힘들 때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나는 다 참을 수가 있었다.

우리 엄마는 그렇게 사셨는데~~

나는 그 엄마를 생각하면 이런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~~그렇게 위안을 했었다.

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더니 86세의 나이에 이렇게 치매가 와 버렸다.

병상의 옆자리에 믿음이 깊은 분이 와 계셔서 엄마를 부탁드렸다.

컴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가을님도 우리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시니 어찌 주님의 은혜가 아닐수 있겠나?

 

딸은 잊어버려도 하나님은 잊어버리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.

우리 엄마~~~ 사랑 해요~~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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